프롤로그
비가 위로 내리던 밤
처음에는 비라고 생각했다. 숲 전체가 젖어 있었고, 낯선 풀잎이 유리 조각처럼 빛났으며, 사람들이 숨을 들이쉴 때마다 목 안쪽에서 쇳가루 맛이 났다. 그런데 물방울은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빛나는 입자들이 땅에서 올라와 어깨와 머리카락에 달라붙었다. 누군가는 별이 거꾸로 흐른다고 했다. 학자라면 그 말을 지웠을 것이다. 마나 밀도가 임계치를 넘은 지역에서 나타나는 흔한 착시라고.
그 밤 은청림 가장자리에 떨어진 사람들은 자신을 지구인이라고 불렀다. 이름은 남아 있었지만 길은 없었다. 스마트폰은 검은 돌조각이 되었고, 달력은 아무 쓸모가 없었다. 더 나쁜 사실은 그들이 이 세계의 공기를 견디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마나 회로가 없는 몸은 이곳의 배경 복사를 병처럼 받아들였다. 열이 오르고, 기억이 끊어지고, 몇몇은 다음 아침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첫 건물은 성벽이 아니었다. 창고도 아니었다. 작은 방마석 하나였다. 마나를 밀어내는 거친 돌, 주변의 공기를 잠깐 안정시키는 임시 장치. 누가 만들었는지에 대한 기록은 서로 다르다. 다만 모두가 같은 장면을 기억했다. 돌이 켜지는 순간, 한 아이가 처음으로 깊게 숨을 쉬었다는 것.